지난해 조합 직영 마트 부지 불법 매입과 직원에 대한 부당 인사 등으로 자체 징계를 받은 제천농협(조합장 김학수) 임직원들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은 지난 4일 오전 조합 임직원이 출근하기 전 시간에 조합 본점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김학수 조합장의 배임 등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또 뒤늦게 출근한 김 조합장 등 관련자들의 휴대폰도 압수해 통화기록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조합장 등은 농협 마트를 짓기 위해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고정재산 취득 절차를 소홀히 하고 조합에 약 4억 7000만 원의 손실을 입힌 사실이 확인됐다. 또 직원을 부당하게 전출시키는 등 인사교류 업무를 잘못해 해당 직원들로부터 노동부에 제소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조합 임직원들이 김 조합장 등의 비위사실에 대한 엄정한 감사와 징계를 농협 중앙회에 요구했고, 중앙회는 지난해 자체 조사를 통해 고정재산 취득 절차 소홀과 부당 인사를 들어 김 조합장 등에 대한 징계를 조합에 요구했다.
제천농협은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22일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조합장에게 정직 1개월을 명령하고, 적극 개입한 김모 팀장에게는 최고 수위 처벌인 징계해직 결정을 내리는 등 5명의 임직원에게 해직, 정직, 감봉, 주의 촉구 등의 징계 조치를 각각 확정했다.
그러나 제천농협은 김 조합장 등이 조합에 변상해야 하는 4억 7000만 원의 변제 기한을 정당한 사유 없이 1년이나 연장해 조합원의 공분을 샀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에는 김학수 조합장이 지난 2014년 치과의원을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본점 3층 치과 인테리어 공사비용 1억 9200만 원을 전액 조합비용으로 지불한 사실이 드러나 조합원들을 다시 한 번 충격에 빠뜨렸다. 또한 김 조합장은 치과 측에 보증금을 전혀 요구하지 않은 채 월 임대료만 100만 원씩 받는 파격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특히 김 조합장은 이 치과의원에 과도한 특혜를 베푸는 명분으로 조합원 복지증진 차원에서 제천농협 조합원에 한해 임플란트 등 각종 치료비를 할인해 준다는 점을 들었으나, 이마저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조합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치과 등 병의원의 의료 할인행위는 관련법에 의해 엄격히 금하고 있음에도 이 치과의원이 조합원들에 한해 치료비를 싸게 받는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한 의료인이 이 의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 조사 결과 조합원들에 대한 할인 행위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전‧현직 조합 이사들과 조합원들은 김 조합장이 조합을 사실상 자신의 사유물처럼 운영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제천경찰서는 번번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김 조합장을 무혐의 처리했고, 참다못한 조합원들이 사건을 다시 검찰에 의뢰하는 등 조합 운영을 둘러싼 조합 임직원과 조합원 간 갈등은 확대일로로 치달았다.
전직 조합 이사 A씨는 “김학수 조합장은 조합 임원과 조합원들의 합리적인 의견조차 일방적으로 묵살하며 조합 재산을 자신의 사유물처럼 마음대로 탕진했다”며 “이는 명백한 배임행위로서 조합 내부 징계와는 별도로 형사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전직 임원 B씨는 “독선적이고 파행적인 조합 운영으로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힌 김학수 조합장과 임직원의 부당한 행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며 “검찰은 어떠한 고려도 없이 이번 사건을 엄중히 수사해 불법이 발견되면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합원들의 지속적 반발과 임직원 징계에 이어 검찰이 조합 본점을 압수수색까지 하고 나서자 제천농협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별도의 입장 표명은 하지 않는 등 신중한 대응에 나섰다. 조합 관계자는 “검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선 만큼 사건의 실체가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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